생종하처래生從何處來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어느 곳으로부터 왔으며 사람이 죽어간다는 것은 어느 곳을 향하여 가는 것인가! 사람은 빈손으로 태어났다 빈손으로 가는 것을 누구나 뻔히 알지만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를 알려하지도 않고 실천하지도 않기에 결국 생사윤회生死輪廻에 헤매이게 되고 만다. 그저 무상한 사대육신四大六身의 영화만을 위해서 아귀다툼만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아쉽기 한이 없다. 참 진리를 모르기에 짧은 순간의 삶이지만 사는 동안 무엇이든지 쌓고 모으려고만 애쓰는 것이다. 사바세계의 무상無常속에 살며 무상을 모른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모든 명예나 권력이나 부를 버리시고 수행하시어 불생불멸의 참 진리를 터득하신 이후 숨이 멎어지는 순간까지 후래後來 불자들을 위하여 팔만장교八萬藏敎를 유포流布하셨다. 생각해 보자. 백년의 삶이 진정 유상有常한 것인가 무상無常한 것인가. 유상하다면 변함이 있어야 하고 무상하다면 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진리 자체는 천만년이 흘러도 영원히 변함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하루빨리 우리는 참 진리를 터득하여 수용하며 남에게도 바른 진리를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무명無明에 덮인 중생을 바르게 제도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수행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무상함 자체를 모르기에 버릴 줄 또한 모른다. 버릴 줄 모르기에 쌓고 모으려는 욕심이 폭발하여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며 질투하고 이간하며 속이고 빼앗기에 이 지구상에는 싸움이 끝없이 전개되는 것이다. 우리는 참다운 종교인으로서 거듭 나야하고 참다운 수행자로서 거듭나야한다. 왜냐하면 종교란 사회를 바르게 이끄는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이다. 종교인의 탈을 쓰고 수행은 뒷전이고 권력이나 명예 또는 부富에 기웃거린다면 그야말로 꼴불견이다.
종교인이라 하드라도 일반적인 명예욕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조그마한 모임만 되면 서로 윗자리 차지하려고 야단들이다. 인간의 명예욕을 충족시켜주며 재물을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서 단계를 만들어 불러주는 호칭인지 몰라도 요즈음 간혹 식당에 들른다든지, 군소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종교에서 준 호칭을 뭐 대단한 벼슬인 냥 으스대며, 남 앞에 스스럼없이 불러대며, 으기양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금전을 많이 내면 좋은 명칭을 빨리 주는 경우도 있는 모양인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쩌다 종교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하며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진정한 종교인이라 하면 제아무리 높은 호칭을 준다하여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나옹선사님께서 주신 교훈 생각해 보자.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은 날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몸도 버리고 가는 무상함 속에 무엇을 그리도 애착하는지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허울 같은 이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며 또한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읽은 즉시 마음속에 모든 망상을 버리기 바란다. 망상은 또 하나의 업을 만들기 때문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미주 필라 황매산 화엄사
주지 주훤 법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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