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의 대결
“과학자가 되겠다고? 네 성적으론 어림없으니 꿈 깨라”
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자 존 거든이 이튼스쿨 재학시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조언이다. 50점 만점에 2점을 받은 생물 시험, 250명 가운데 250등을 기록하며 꼴찌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준 거든의 생활 기록부에는“선생님 말씀을 개의치 않고 자기 고집대로 행하는 학생”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렇지만, 거든은 수업에서 살아남아야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입된 이데올로기와, <학업실패=인생낙오>라는 사회인식을 깨뜨리고 개인 고집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원초적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행동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며, 성취를 향해 달려간다. 즉 잠재성의 현실화를 추구한다. 그런 인간의 가치실현을 돕기 위해 교육이란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교육을 담당한 학교가 개인의 흥미ㆍ동기ㆍ취향을 무시하고 실현이 아닌 갈등과 대립을 빚어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신제품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 신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 공급, 새로운 조직이 낡은 것을 밀어내는, 즉‘창조적 파괴’가 기업을 살아남게 한다고 역설했다. 한마디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1987년 경제잡지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1917년에 대형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회사 가운데 70년 후 61개 기업이 문을 닫았고, 21개 기업은 남았지만 100대 기업 리스트 밖으로 밀려났다. 18개 기업만이 70년 뒤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중 16개는 이윤을 창출하지 못했고, 오직 2개만이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꼽혔다. GE와 코닥이었다. 뉴욕 로체스터에서 1889년 설립되어 필름 시장 90%를 장악했던 코닥은 올해 1월 파산신청을 냈다. 디지털 마켓 트렌드 앞에 과감한 창조적 파괴를 이루지 못한 코닥이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학교도 코닥과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있다. 지식의 전달ㆍ습득ㆍ분배 방법에 있어서 인터넷과 구글이 지축을 흔드는 변화를 불러왔지만 학교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풀타임 출석을 요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를 정해주고, 교사의 권위에 복종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된 학생은 학생대로, 공부를 통해서 자신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점수와 등급을 따내느라 육체적으로 쇠잔해지고 정신적으로 무기력하게 됐다. 게임시간에는 흥분하지만 공부시간에 고통을 느끼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존 거든은 학교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진정한 배움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지식을 전수받거나 혹은 타인에 의한 조작을 따르는데 있지 않고, 개개인 속에 웅크리고 있는 고집을 미련하리만큼 밀고 나갈 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교육의 수직선을 수평선으로 바꿈으로 창조적 파괴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꼴찌라는 낙인이 찍히고 서로 시간낭비를 하지 말자는 교사의 거부 행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 거든의 원동력은 바로 자신을 창조적 주체로 삼은 것에서 왔다.
이제는, 배움을 향한 태도를 바꾸는 학생만이 살아남는다.학교를 폐지하거나 자퇴할 수 없다. 학교를 다니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고 홀로서기에 매진 할 것이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린 구글 도우미가 있다. 객관화ㆍ수량화ㆍ 등급화된 성적표로 학교가 내리는 결정론적 평가는 액자에 소중히 간직하고, 집단화로 개성을 부정하는 일률적인 교육을 향해 자신만의 피ㆍ땀ㆍ눈물이 섞인 고집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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