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서툴고 선거요원들의 말 잘 이해하지 못하자
따로 줄에서 떼어낸 후 백인들 먼저 투표하게 해
허핑턴 포스트 “흑인 인종차별 당시 한 장면 연상”
지난 6일 치러진 대선 투표 당일 투표장을 찾았던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한인 시니어들이 선거 관리 요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신문인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 8일 ‘이번 선거 문제에 혼란, 협박, 훈련되지 않은 투표 관리 종사자들 포함돼’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투표하러 갔던 애난데일 한인 노인들이 마치 과거 흑인 인종차별 당시(Jim Crow era)의 한 장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애난데일의 한 투표소를 찾은 한인 노인들은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 관리 요원들로부터 큰 소리로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말할 것을 강압적으로 요구받았다.
또 선거 관리 요원들은 영어가 서툰 한인 시니어들이 그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자 한인들만 따로 떼어내 줄을 서게 만든 후 백인 유권자들을 먼저 투표하게 만들었다.
한인 노인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했던 한인 김모(34)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인 시니어들이 마냥 서서 기다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며 “이 줄이 나중에 다른 줄과 하나로 합쳐졌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 씨는 9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일 이러한 일이 있었는지는 개인 사정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당일 한인 노인들의 투표를 도왔던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의 김동윤 프로그램 디렉터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애난데일 투표장에서 자원봉사 하던 동료로부터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한인노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디렉터는 “한인 등 영어가 서툰 소수 민족 시니어들이 투표장에서 불쾌한 경험을 할 경우 누가 또다시 투표하러 나오겠느냐”며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수계 민권단체들이 함께 노력을 벌여나가고 있지만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 법률 소송기금(AALDEF)의 글렌 맥간테이 디렉터는 허팅턴 포스트와의 인터뷰ㅜ에서 “한인 노인들은 (선거 요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꼈다”며 “많은 유권자들이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며 불만을 제보해 왔다”고 말했다.
맥간테이 디렉터는 “이들은 모두 한인 할머니들로 투표하러 왔었고 미국 시민권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이런 대우를 받다니 마음이 터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방 법무부의 한 관계자도 “전국 각지에서 핫라인과 선거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접수된 불만들에 대해 연방법 위반 여부를 가리겠다”며 “조사 과정에서 위반 사례가 드러나면 법적인 조치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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