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뭐라 얘기하긴 일러. 만나봐야 아는거지"
남북이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5일. 함경남도가 고향인 이선종(85) 할아버지가 담담한 어투로 건넨 첫 마디다.
전쟁으로 생이별해야 했던 가족을 만나게 돼 기쁨을 감추지 못할 것이란 기자의 예상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1951년 1·4 후퇴 때 피난길에서 가족과 헤어진 이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동생들을 만날 생각에 왜 기쁘지 않겠냐"면서도 "기껏 합의해놓곤 (막판에) 틀어진 적이 많았어. 실망감이 컸었지. 앞서서 기대하지 말아야 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이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 통보로 무산되면서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이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상황이 바뀌는 일이 없는거지"라고 기자에게 몇번씩 되물으며 "(남)동생이 살아있을 때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걸"이라고 울먹였다. 이 할아버지의 부인은 "작년 가을에 손수 보따리를 다 싸놓고도 못 가는 현실에 애통해했다"고 전했다.
이 할아버지는 피난길 중 부둣가에서 벌어진 총격전을 잊지 못한다. 가족과 함께 배를 타려다 갑작스러운 전투에 홀로 강물로 뛰어들었는데, 그 뒤론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남북이 상봉 대상자 명단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5년 전 남동생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전해듣곤 상심이 컸지만, 여동생 2명의 생사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상봉 행사에 참석할 거야. (금강산에) 갈꺼야"라고 말했지만 이씨의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노환인 탓에 원거리를 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씨의 부인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특히 어지럼증이 심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황해도에서 1·4후퇴 때 내려온 강능환(92) 할아버지는 북측 가족과의 상봉을 손꼽아 기다린 보람을 느꼈다.
강 할아버지는 "적십자사를 통해 북에 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가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면서 "아들 만나면 주려고 여기(남한)에 있는 아들과 같이 따뜻한 내복을 준비했다. 아들이 건강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이경주(81) 할아버지의 아내는 "다리가 불편한데도 이북에 조카 2명이 있다면서 (상봉 행사에) 가겠다고 하더라"면서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지라 모친와 조모는 다 돌아가신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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