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천국 아트센터 개관…150석 사흘째 매진행렬
▶ 흐린 날씨에도 관광객 줄지어 7080 포크송 ‘떼창’

열창하는 이장희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봄이 오면 나물 캐고 여름 오면 고길 잡네/ 고래들이 뛰어노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
15일(한국시간 기준) 오후 5시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평리2길, 울릉천국 아트센터에 이장희(71)의 노래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 울려 퍼졌다. 그 흔한 사랑 얘기도, 이별 얘기도 아니었지만, 함께 늙어온 오랜 팬들의 마음을 덥히기엔 충분했다.
1996년 처음 찾았던 울릉도에 반해 2004년 눌러앉은 이장희는 땅 1천652㎡(약 500평)를 울릉도에 기증해 아트센터를 지었다. 한쪽에는 공연장, 한쪽에는 자그마한 집이 자리했다. '울릉천국'이라고 쓴 돌기둥을 송창식, 조영남, 윤형주 등 그의 친구들이 사인한 돌탑이 둘러쌌다.
지난 8일 첫 공연이 열렸고 이날이 세 번째 공연이었다. 구름이 비를 잔뜩 머금은 날씨였지만 노래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진 않았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버스와 배를 갈아타고 9시간 만에 도착했다는 관광객들, 울릉도 해양경비대, 울릉군민들로 150석 공연장이 빼곡히 들어찼다.

울릉도에 세워진 울릉천국 아트센터 (울릉도=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경북 울릉군에 세워진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16일 이장희 콘서트가 열렸다
"제 친구 조원익과 강근식입니다."
밴드 동방의빛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베이시스트 조원익이 등장하자 알록달록 고운 등산복 차림의 팬들이 환호했다. 울릉도에 정착한 두 사람은 섬마을 선생님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방과 후 음악교사에 마을회관 기타 선생님까지 직함도 여럿이었다. 강근식은 기타를 매고 나와 "짜라짜짜짜 짜∼파게티", "12시에 만나요 해태 부라보콘" 등 자신이 만든 인기 CM송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음악동지 강근식, 조원익과 한 무대에 선 이장희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통기타를 멘 이장희는 '그애와 나랑은', '잊혀진 사람', '편지', '자정이 훨씬 넘었네'를 연달아 불렀다. 잠시 노래를 멈춘 그는 "1996년 포항에서 처음 배를 타고 울릉도 도동항에 들어왔다. 열흘간 홀린 듯이 걸어서 전역을 누비다 여기 살아야겠구나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내 나이 60하고 하나일 때'를 만든 뒷얘기도 털어놨다. 1974년 고려대 신입생 환영회에 초청받아 두 시간 만에 써서 불렀다고 했다. 스물여덟 살 청년일 때 쓴 노래를, 노래 제목인 61세를 훌쩍 넘긴 일흔하나에 부르는 노(老)가수의 모습에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뒤 쓴 '나는 누구인가'를 부를 땐 절규했다. 이장희는 "팝송의 고향인 미국이 좋아 이민갔다. 그렇게 3년쯤 살다가 제 처(妻)가 하루아침에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아이들과 한국으로 가버렸다. 내 인생에 이런 게 찾아올 수 있나 싶게 너무 힘들었다. 제 노래는 모두 제 인생"이라고 말했다.
연출은 소박하고 단출했다. 오랜 음악동지인 이장희, 강근식, 조원익이 현악기와 목소리로만 꾸미는 무대였다. 그러나 팬들은 70분간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등 12곡을 떼창하며 추억을 공유했다. 이장희는 쏟아지는 앙코르 요청에 '그건 너'를 선사했다.

‘울릉도는 나의 천국’ [울릉천국 아트센터 제공]
울릉도 주민 연 모(53) 씨는 공연이 막을 내리자마자 이장희에게 하얀 샤스타데이지 꽃다발을 안겼다. 근처에 꽃집이 없어 집 마당에 핀 꽃을 꺾어 만들었다면서 "이 동네 사람들은 세 분을 형부라고 부른다. 울릉천국 아트센터가 개관하고 첫날, 둘째 날 매진돼 공연을 못 봤는데 오늘에서야 본다"며 웃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 모(65) 씨는 "청년 시절 숱하게 들었던 노래지만 또 들어도 참 좋다. '그건 너'는 술 마시면 늘 부르는 추억의 노래"라며 "일부러 공연이 있는 날에 맞춰 여행 일정을 짰다"고 말했다.
울릉천국 아트센터 공연 티켓은 네이버 예약에서 예매할 수 있다. 배가 뜨는 9월 15일까지 주 3회 상설 공연을 한 뒤, 9월께 새 음원도 낼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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