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된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공적인 대통령이 된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대통령 당선과 성공한 대통령은 전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임기를 무난히 마친다.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민간인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생활을 한다. 이것 역시 여간 어렵지 않다.
대통령의 역사가 가장 긴 나라가 미국이다. 때문에 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하는 규범이랄까, 전례랄까 하는 것이 일찍 정립된 곳도 미국이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물러나면 대체로 두 가지 일에 착수한다. 하나는 회고록 집필이다. 아이젠하워, 존슨 닉슨, 카터, 레이건 등 최근 역대 대통령은 모두 회고록을 남겼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기념 도서관 건립이다. 관례가 된 일로, 일종의 의무가 된 느낌이다.
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대체적으로 대통령의 고향에 세워진다. 한 때는 최고 통치자였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평범한 삶을 살겠다는 희망이 반영된 결과다.
’전직 대통령직에 출마해 성공했다’-. 닉슨을 두고 한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와중에서 사실상 쫓겨난 닉슨이다.
이런 닉슨이지만 퇴임 후 꾸준한 집필활동을 벌였다. 그의 사심 없는 충고에 사람들은 마침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재임 중 국정운영은 실패작이다. 당연히 국민의 신망을 얻지 못한다. 비탄 속에 물러난다. 이런 대통령이 그러나 퇴임 후 전성기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린다.
닉슨이 그랬고, 대공황과 함께 백악관을 떠난 후버, 특히 카터가 그렇다. 퇴임 후 헌신적 사회봉사에 나선 까닭이다.
극빈 가정을 위해 주택건설에 나선다. 각종 인권운동, 기아 추방운동을 벌인다. 국제 분쟁의 해결사로 맹활약을 펼친다. 퇴임 후 카터 전 대통령의 활동상황이다. 카터는 이제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추앙 받고 있다.
도서관 건립은 이로 보면 극히 작은 일에 지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이 국가의 원로로서 존경을 받는 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비운 충고와 헌신적 봉사 때문이다.
김대중 도서관이 개막됐다. 김 전 대통령 측이 아태재단을 연세대학에 기증해 출범됐다고 한다.
고무적이다. 한국 최초의 대통령 도서관이란 점에서다. 진짜 마음을 비웠을까, 일단의 의심도 없는 게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 일을 계기로 진정 국민의 추앙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태어나기를 희망해 본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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