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생포소식이 전해진 후 연일 TV 화면을 메우는 것은 환호하는 이라크 민중들의 모습이다. 수십년 후세인의 철권통치에 시달리던 이라크 국민들로서는 해방의 감격이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후세인 체포소식으로 가장 전율한 한 사람을 꼽자면 아무래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될 것 같다. 날로 심해지는 저항 세력의 테러로 이라크는 이라크대로 안정과 거리가 멀어지고, 미군은 미군대로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부시의 입장은 하루가 다르게 곤란해지던 중이었다.
그때 행운의 여신이 날아들어 후세인을 미군의 손에 넘겨주었으니 부시에게는 이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다. 52% 였던 부시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하루 사이에 58%로 뛰어올랐다. 내년 대선을 생각해도 호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시의 전율을 설명할 수는 없다. 후세인은 부시에게 단순히 ‘공공의 적’이 아니다. 가문의 원수이다. 후세인 체포는 부시 개인적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못다 이룬 과업의 완수이자 아버지 암살을 도모했던 원수에 대한 응징이 된다.
‘대통령의 자녀들’이란 책을 쓴 더그 위드라는 사람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대통령의 아들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 탁월해서 그 그늘에 가리기 쉬운 아들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거의 본능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아버지가 못다한 과업을 이어받는 일이다.
예를 들어 26대 테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서전쟁에서 상당한 전공을 세웠는데도 명예훈장을 받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었다고 한다. 그의 아들 테어도어 주니어는 1차, 2차 대전에 모두 참전해 훈장이란 훈장은 모두 휩쓸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조지라는 시사잡지를 발행했던 것도 아버지와 상관이 있다. 본래 케네디 대통령의 꿈은 언론사 발행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케네디 주니어는 자라면서 아버지의 친구들로부터 늘 그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에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나온 지적이었다. 실제로 부시는 이라크 전쟁에 돌입하기 전 후세인에 대해 “잊지마, 그 자는 우리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자야”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후세인 생포로 부시는 일단 아버지의 못다한 과업을 완수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그가 그의 자식들에게는 또 어떤 과업을 남길 지 궁금하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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