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러시모어에 얼굴이 새겨진 4명의 대통령은 미국의 자존심이며 추앙의 대상이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투쟁의 상징이고 토마스 제퍼슨은 국민에 의한 정부의 개념을 정립했으며, 아브라함 링컨은 만인의 평등을 실현시켰고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20세기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우뚝 서게 했다. 이러한 기념비적인 공로가 인정돼 바위산에 오르는 영광을 갖게 됐다.”
1.5세로 주류사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한 한인은 마운트 러시모어를 지나면서 4명의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자긍심이 우러났다고 했다.
조각가 굿천 보글럼이 1927년 8월10일부터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 시티 남서쪽 23마일 지점에 있는 마운트 러시모어를 조금씩 폭파해 1941년 숨질 때까지 50만톤의 암석조각을 헤쳐냈다. 한동안 모금관계로 작업이 중단되긴 했지만 465피트 높이의 거대한 바위얼굴을 깎아내는 데만 6년 반이 걸렸으니 탄성이 절로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이 목회자는 큰바위얼굴의 장엄함과 함께 마운트 러시모어에 담긴 색다른 영감을 느꼈다고 했다. “마운트 러시모어에는 인디언들이 먼저 보금자리를 꾸몄다. 인디언들에게는 이 산이 신령스런 존재였다. 인디언들이 가장 존귀하게 여기는 장소에 미국의 가장 훌륭한 대통령의 얼굴을 조각했으니 마운트 러시모어의 역사는 새로운 역사에 의해 완전히 지워진 셈이다. 인디언의 정신적 구심체를 없애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목회자의 두 가지 상념은 프레지던트 데이 연휴를 맞는 우리들에게,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기념물에 가려져 있는 또 다른 역사의 의미를 던진다. 1500년께 이 지역에 둥지를 튼 인디언들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1803년부터 추진한 ‘서진 정책’에 점점 밀리다가, 결국 1890년 말 연방군에게 보금자리를 빼앗겼다.
프레지던트 데이는 원래 워싱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1796년 그의 생일을 기념한 것이 기원이다. 워싱턴은 구식 달력으로는 1732년 2월11일 생인데 18세기 중엽부터 사용된 신식 달력에 따라 2월 22일이 됐다. 그런데 1809년 2월12일 링컨이 태어났다. 의회는 링컨이 암살 당한 이듬해인 1865년부터 그의 생일을 기념했다. 그러다 연방정부는 같은 달에 ‘거목’ 둘이 있어 2월 셋째 월요일을 연방공휴일인 프레지던트 데이로 정해 위대한 두 대통령을 기리게 된 것이다.
프레지던트 데이에 대통령 큰바위얼굴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성한 산’의 전 주인인 인디언들의 비극도 기억했으면 한다. 승자의 기록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패자의 역사를, 힘있는 자에 숨죽이는 약자의 설움을 더듬는 프레지던트 데이가 된다면 대통령 선거의 해에 맞는 값진 휴일이 될 성싶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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