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등장시켜 인간사회를 풍자한 패러디 만화 ‘출동! 먹통X’가 인기다. 만화 시장에서는 보통 인기를 1년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고들 하는데 1990년대 중반 첫 선을 보였다가 지난해 복간됐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단다.
긴급출동 상황인데 수영장에 은닉해 두었던 로봇이 녹슬어 낭패를 보는 등 어처구니없는 스토리가 오히려 독자들을 당긴다고 한다. 여유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사 빠진’ 주인공에 빠져드는 모양이다. 바보 멍청이 같아 보이면서도 발상의 전환이 친근감을 유발한다는 평이다.
바보는 먹통으로 비유된다. 한쪽엔 먹물을 먹은 솜을 넣고, 다른 쪽엔 줄을 감아 넣어 그 줄이 솜 사이를 관통하면서 검게 변하게 만든 먹통은 목재나 석재에 줄을 치고 집을 짓는데 없어선 안 될 공구였다. 바보를 칭하는 데 사용되다 보니 어감이 썩 끌리지는 않지만 먹통은 쓰임새로 치자면 제몫을 톡톡히 하는 도구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한 때나마 감정이입을 허용하는 만화 먹통이나 실제 줄긋는 먹통은 울화통이 터지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컴퓨터 자판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글자가 화면에 뜨지 않는 먹통 자판기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십상이다. 번호를 눌러도 신호가 가지 않는 셀폰은 다혈질 주인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박살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 중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으나 당직자들이 세상 모르고 조는 바람에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통해야 할 것이 먹통이 됐을 때의 한심한 지경을 일러준다. 군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간 ‘조인트’감이다. 완전군장하고 연병장을 수없이 돌아야 한다.
얼마 전 LA경찰국이 한국어 통역을 실시한다고 했을 때 그렇게들 반가워했다. 그런데 내부 감사 결과 한국어 통역 서비스가 먹통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어 통역을 구한 뒤 전화하라”고 하는가 하면 “기다려라”하고는 5분간 묵묵부답이기도 했다. 문전박대 아니면 뺑뺑이 신세가 됐다.
한 경찰 관계자의 말대로, 경찰은 전화카드처럼 생긴 통역 서비스 안내가 담긴 자그마한 카드를 지참해 필요할 경우 즉각 통역관을 연결시켜 주도록 돼 있는데 감사 결과 이러한 약속이 말뿐이었음이 증명됐다.
먹통 전화기는 “에이” 하며 집어던지면 그만이지만 경찰서를 찾아가 화풀이 할 엄두가 나지 않는 한인들은 답답증을 호소할 데가 마땅치 않다. 경찰에 채널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커뮤니티의 분노를 가감 없이 전달해 주었으면 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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