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쾌감을 깨끗이 씻어주며 마음을 소생시켜 주고 젊음을 지켜주는 물”- 중세 유럽에서 격찬을 받던 어떤 액체에 관한 설명이다. 마시면 너무 효능이 좋아서 ‘생명수’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이 물은 바로 알콜, 증류주였다.
인류가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게 알수가 없다. 하지만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추정이다.
과일이 자연적으로 발효돼 만들어진 과실주가 최초의 술의 형태일 텐데 그 최초의 술을 빚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설이 있다. 원숭이라는 것이다.
원숭이가 바위틈이나 나뭇가지 틈에 과일들을 감춰둔 것이 우연히 발효가 되고 그것을 사람이 먹어 보고는 맛이 좋아서 직접 만들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렇게 과실주로 시작된 술의 역사는 유목시대에 들어서며 젖술, 농경시대에 들어서며 곡주, 이어 맥주 같은 곡류 양조주, 브랜디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로 이어져왔다.
유럽에서 처음 증류주를 만들고 적극 마시기를 권장한 사람들이 의사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다. 13세기께 유럽의 의사들은 만병통치약을 찾는 데 골몰해 있었다. 프랑스의 의과대학 교수인 빌뇌브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 빌뇌브는 연구에 연구 끝에 어떤 신비한 액체를 얻어냈는 데 그 것이 알콜이었다. 조금만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액체를 그는 만병통치약이라며 ‘생명수’라고 불렀다. 이렇게 초기 형태의 양주가 탄생했다.
그후 수세기에 걸쳐 의사들은 ‘생명수’를 ‘모든 약의 여왕’으로 대접하며 환자가 감기에 걸렸거나, 심장이 나쁘거나, 기력이 쇠하거나 간에 가능한 한 자주 마시기를 권장했다고 한다. 증류법이 여러 나라로 퍼지면서 만들어진 것이 브랜디, 꼬냑, 위스키 등이다.
그 ‘생명수’를 정말 열심히 마시는 나라가 한국이다. 비싸기로 유명한 조니워커 블루 같은 술은 한국이 없으면 문을 닫는다는 농담이 나돌았을 정도이다. 한병에 수십만원씩 하는 양주가 한국에서는 왜 그렇게 잘 팔리는 것일까. 한국의 술 접대문화를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돈 내고는 그런 비싼 술을 마실 수가 없지요. 기업들의 접대관행 때문에 생긴 결과일 것입니다”
“소위 명품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술에 대한 허영심이다.
한국에 이어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위스키 제조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크라운 로얄,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발렌타인스 등이 ‘노다지’ 한인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것을 우리의 저력으로 생각해야 할지, 음주 ‘거품’ 걷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할지 헷갈린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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