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회사원 K씨는 얼마전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10살 갓 넘은 남매가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사자고 졸라서 두 아이의 의견을 절충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제는 자동차 사는 데도 아이들 눈치를 봐야 한다”고 그는 푸념을 했다.
어려서는 장난감, 옷, 패스트푸드 정도에 자기 의견을 내놓던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컴퓨터, TV, 카메라, 휴대용 전화는 물론 자동차까지도 자기들이 고르려 드는 것이 요즘 대부분 가정의 실태이다.
부모의 눈에는 상품 정보에 빠삭한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모르는 게 없다”며 흐뭇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많은 상품 정보를 어디서 얻을 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은 부모가 가지고 있지만 부모의 돈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광고회사들이다.
현재 미국의 기업들이 12세 미만 어린이들을 겨냥해 투자하는 광고비용은 연간 150억 달러. 10년 전에 비해 2배가 늘어난 액수인데 그렇게 투자하고도 남는 것이 어린이 대상 광고라는 것이다. 이런 계산이다.
미국 어린이들의 평균 TV 시청 시간은 매주 40시간. 그 시간 동안 나오는 광고를 모두 합치면 1년에 4만개. 4만개의 광고를 보고 어린이들이 부모를 졸라서 장난감, 패스트푸드, 전자 오락기 등을 사들이는데 쓰는 비용은 연간 5,000억달러 - 150억달러를 광고비용으로 써도 한참 남는 액수이다.
물론 부모도 만만치는 않다. 아이들이 한번 사달라고 한다고 다 사주는 부모는 별로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영악해서 서너살만 되어도 어떻게 떼를 쓰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대개 터득한다.
예를 들면 읍소형-너무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부모가 안쓰러워 안 사주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형이다. 그런가 하면 매장에서 벌렁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는 막가파 형,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며 온갖 애교를 다 떠는 사탕발림형, ‘그거 없는 아이는 나밖에 없다’며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짓는 동정 유발형 등 떼쓰기 유형도 가지가지이다.
이런 유형들을 연구하며 떼쓰기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광고회사들이 하는 일이다.
어린이 광고 홍수 시대이다. 어린이들이 너무 일찍 상업주의에 물들어 순수한 동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유년기를 유년기답게 지켜주는 것-부모의 할 일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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