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기입주 환자들의 ‘입 안 사정’
▶ 대부분 치매, 이닦기 완강히 거부 치석·잇몸질환 등 시간 갈수록 악화 폐렴으로 연결 사망에 이르기도
너싱홈 환자들의 구강위생 상태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치매환자인 입주 노인들은 양치질조차 하지 않는다. 너싱홈 환자가 자력으로 양치질을 못할 경우 스태프가 이를 대신해주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노인 위생의 최대 취약처는 이빨이다. 특히‘시설’에 들어간 노인의 치아위생은 거의 예외 없이 엉망진창이다. 원래 치아가 망가진 상태에서 너싱홈 등 장기입주 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더욱 악화된다는 게 문제다. 양로시설의 입주자들이 그곳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려면 우선 구강위생 상태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다.
캐더린 포드(57)는 양호원에 거주하는 아버지 딘 피어시를 방문했다가 우연한 기회에 그의 전기칫솔에 먼지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둔 탓이었다.
아버지의 입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가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 캐더린은 즉각 ‘확인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세계 2차 대전 참정용사인 딘은 그의 입안을 들여다보려는 딸을 한사코 밀어냈다. 마치 토라진 어린아이처럼 입을 앙다문 채 그녀에게 등을 보였다. 돌려 앉히려 하자 때릴 듯 주먹을 치켜들기까지 했다. 딘은 장기 거주시설 노인의 3분의 2가 그렇듯 치매환자였다.
일단 아버지와 점심식사를 함께 한 캐더린은 그의 이빨을 직접 닦아주었다. 딘은 여전히 못마땅해 했지만 포만감 탓에 마음이 조금 풀어진 탓인지 딸에게 그의 ‘이빨’을 맡겼다.
딘의 치아위생은 말이 아니었다. 족히 몇 달간 이빨을 도통 닦지 않은 듯 했다. 구치도 지독했다. 그렇다고 시설 스태프 탓만 할 수도 없었다. 워낙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화장실로 데려가 일을 보게 하고, 목욕을 시키고 음식을 먹여야 한다. 침대에 노인을 눕히고 일으키는 것도 큰 문제다. 가끔씩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자세를 바꾸어 주어야 한다.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해가 모자란다.
물론 이빨도 닦아주려 시도하지만, 치매를 일으킨 노인들의 완강한 거부의사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돌보아야 할 환자가 한 둘이 아니고 해치워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데 치솟질 하나로 환자와 다툼질을 해대며 마냥 시간을 허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을 모르지 않는 캐더린은 아버지를 면회하러 올 때마다 그의 이빨을 닦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딘이 치통을 호소했다.
치과의사는 그의 이빨 한 대가 완전히 두 쪽이 났고, 날카롭게 잘려나간 반 토막이 입천장에 박혔다고 말했다. 기가 찬 노릇이었다.
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캐더린은 치솟는 분노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원호보험 수혜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결론은 너무도 분명했다. 양호원 측이 딘의 치아위생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었다.
양호원의 구강건강을 평가한 전국적인 자료는 없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최소한 7개 주가 ‘주 및 지역 치과원장 협회’가 개발한 서베이를 사용해 장기시설 입주자들의 구강위생 상태를 평가했다.
이들 가운데는 캔사스주 치과 위생사들이 20개 장기 케어시설 입주노인 5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도 포함되어 있다.
캔사스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입주자들의 거의 30%는 치아의 3분의 2 이상에 치석이 끼어 있었고 3분의 1 이상은 전혀 치료를 받지 않은 충치를 갖고 있었다. 상당수 노인들의 치아에서 뽕(filling)과 크라운이 발견됐으나 이들 대부분은 너싱홈에 입주하기 전에 받은 치료였다.
위스콘신에서 24개 시설의 입주자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베이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약 31%는 이빨이 잇몸 근처에서 부러져 치근이 드러났고 35%는 심한 치석을 보였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 관계당국의 양호시설 위생실태 점검에서 적발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기억력 장애를 지닌 텍사스의 한 노인의 잇몸은 벌겋게 부어올랐고 이빨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음식 찌꺼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노인은 입안의 통증 때문에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뉴욕의 5개 시설을 상대로 2006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입주 노인의 16%만이 구강간호, 즉 오럴 케어를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오럴 케어를 받는 노인들의 평균 양치질 시간은 16초에 불과했다. 물론 이들이 직접 양치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시설 직원들이 대신해 준다.
딘이 입주한 로아노크 소재 ‘랠리 코트 헬스 앤 리해비리테이션 센터’의 원장 마크 텁스는 연방 프라이버시 보호법에 따라 딘의 구강상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나 “모든 환자들은 필요한 모든 치료와 오랄케어와 치아위생을 포함한 고질의 간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7년에 제정된 연방법은 양호원에 적용되는 새로운 간호기준을 정해 두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양호원 직원은 스스로 양치질을 못하는 환자의 이빨을 닦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체적인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 전국 양호시설의 3분의 2를 회원으로 거느린 전미 헬스케어협회의 선임 부사장 데이빗 기포드는 “사실 양치질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며 “많은 환자들이 누군가 자신의 이빨을 닦아주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틀니를 한 노인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것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완전한 치아손실, 즉 무치악으로 틀니를 해 넣은 노인의 오럴케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정기적으로 틀니만 닦아주면 된다.
하지만 1988년부터 2004년 사이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이빨을 모두 잃고 틀니를 맞춘 노인 환자들의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앞서 지적했듯 입주시설 노인들의 3분의 2 이상이 치매환자라는 사실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치료를 위해 이들의 입을 벌리게 하는 것은 사자의 입을 벌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들을 구슬리다 눈에 시커멓게 멍이 든 직원들도 적지 않다. 치매 노인들은 수틀리면 곧잘 폭력을 행사한다.
국립보건원(NIH)은 치매환자들의 이같은 저항을 방지하기 위한 연구에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들은 여러 가지 처방약을 복용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항울제와 혈압강하제, 발작을 억제하는 항전간제 등은 침 분비량을 줄이기 때문에 입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침 분비량이 줄어들면 구강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다고 입을 모은다. 입 냄새도 심해진다.
노인의 구강위생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주로 병원에서 감염되는 폐렴이 구강 박테리아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폐렴은 입주시설 노인들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2008년 미 노인병학회 저널에 게재된 조직적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구강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폐렴으로 인한 입주시설 노인환자들의 사망률을 10% 낮출 수 있다.
오럴케어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지만 문제는 결국 돈이다. 노인보험인 메디케어는 치아 청소와 필링 등과 같은 기본적인 치과치료조차 커버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시정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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