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김철훈(시사주간신문 ‘뉴스21’ 뉴욕특파원)
호주에 근무했을 때 그곳의 한국유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대사관의 문턱이 너무 높다고 한다. 창구에 앉아있는 여직원의 퉁명스러운 말투는 물론이고 높은 직위에 올라갈수록 만나기도 어렵고 너무도 고압적인 자세로 마치 죄인 취급 당하는 생각으로 심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교민사회에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두고 그 결과 교민을 대하기가 겁이 난다는 공관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한편 한국의 날 행사에 초대받은 많은 손님들 앞에서 사회를 본 서기관의 어눌한 영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혹해 하는 모습은 그래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조그만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탈 냉전 이후 국제정치 질서의 급변에 따른 전략적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과거의 그 모습으로 국익을 손상시키는 이런 현실에 외교관들은 한 번쯤 자신들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예로, 부시행정부 미사일 방어전략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러시아에 당하고 미국에 뺨맞은 ABM(탄도탄 요격 미사일)조약 파문 사건으로 부시행정부로부터 일방적인 해명 문안까지 요구받는 치욕을 당하기도 하였다.
실패적인 사례가 발생한 후 항상 뒷북을 치는 고질적인 병이 국민들을 슬프게 만든다.
러시아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다 일본과 러시아 양측이 한국어선들의 남쿠릴 어장 조업을 금지키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야 외교부는 난리 법석을 떨고 국민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한일, 한중 그리고 한러 어업협정에서 보인 일련의 처절한 대응책은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여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는가?
최근에 중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마약사범의 처형사건과 옥중 사망사건을 보면 또다시 서러운 느낌 마져 든다. 재판일정과 판결문 통보 문서를 누락, 본국에 보고하지 않았던 영사 업무의 총체적 부실을 보고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한국외교의 난맥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채찍질하는 글들이 주중 한국대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렸다고 한다.
국민은 국가에 의무를 다하고 국가는 그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 또한 지니고 있어야 한다. 몇해 전 영국 항공사 출신인 미모의 여성이 돈벌이가 좋다는 일본 동경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다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 해결이 지연됨에 따라 영국 외무성장관이 일본 방문길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였고 그 결과 빠른 시일내에 범인을 구속할 수가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에서 발생한 한국유학생 의문의 죽음 사건에 안일하게 대처한 한국공관에 울분을 토로하는 유학생 아버지의 모습과 교육 목적으로 워싱턴에 도착 후 고속도로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미국 군무원 박춘희씨 사건에서 사건 진실을 요구하며 외로이 단독 시위를 벌이던 남편의 모습에서 우리는 웬지 공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러기에 국민의 등 뒤에는 국가라는 커다란 방패막이가 있어야 편안하게 생활할 수가 있다. 한국의 공무원들 중에서도 외교부 직원들은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된 그들이지만 그 집단 속의 관행에 젖어 실력을 쌓아가기는 커녕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속에 ‘날벼락’을 맞지 않고 조용히 임기를 끝내고자 한다.
또한 본국에서 오는 손님 뒷치레 하느라, 눈도장 찍느라 임무는 소홀히 하며 2,3년간 근무한 후 자리를 바꾸는 순환 보직제도로는 지역 전문가를 양성할 수가 없고 나눠먹기 식의 인사구조에서는 어떤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인력을 보충해서라도 국민과 국가를 대변한 외교관들의 자질을 보완해야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21세기의 외교무대에서 뿌리를 내릴 수가 있다.
다시 한번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그들은 그런 국민들을 잊어서는 안되며 허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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