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로 재임 1년을 맞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평점은 얼마나 될까.
부시 대통령은 1년전 ‘투표’에 지고 ‘선거’에 이긴 법선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아슬아슬한 턱걸이로, 그것도 연방대법원의 어깨를 딛고 대통령직에 올랐으니, 낙제를 간신히 면한 D급 지도자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민의 기대치가 그만큼 낮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취임후 120일만에 최대선거공약인 감세법을 건져올리면서 ‘텍사스 사나이’의 뚝심을 과시했고, 교육개혁법안을 과감히 밀어붙이는 등 화끈한 추진력을 선보임으로써 민주당진영에 "간단치 않은 상대"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사람’인 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노련한 보필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헌신적 뒷받침으로 그럭저럭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거나 그가 실세 각료들의 꼭두각시라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나돌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 제임스 제퍼즈 의원이 공화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상원이 1석차로 민주당 수중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그의 입법 프로젝트에 급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자명한 일. 게다가 클린턴 행정부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장기호황이 끝나고 경기퇴조가 본격화되면서 감세법의 빛마저 바래는 듯 했다.
그러나 9·11테러사건으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전대미문의 테러사건이 발생하자 미국민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의 맹장’들로 짜여진 전시내각을 이끌며 위기상황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 30% 위쪽이었던 지지율을 단숨에 80%대로 끌어올렸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응징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국제연대 구축에 성공했으며 개전 3개월만에 아프간전을 사실상 승리로 일단락지음으로써 미국의 힘을 만방에 과시했다. 위기상황을 적절히 요리, 평점 D로 출발한 ‘준비 안된 지도자’의 인상을 털어내고 미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군 최고통수권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본고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응징전의 전선을 확대하고 싶어하지만 얼기설기 짜맞춘 국제연대는 이같은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만큼 견고하지 못하다.
경제도 그의 발목을 잡아채는 단단한 덫이 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선물받은 재정흑자를 단 1년만에 모두 까먹은 상황에서 미국민의 관심이 급속히 경제로 기울기 시작했으니 심적 부담이 없을리 없다. 민생문제는 늘 선거의 핵심현안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협정(IBM)을 파기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교토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 의정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등 국제무대에서의 일방통행식 강공도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자칫하다간 안팎으로 부대낄수 있는 여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상은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이다. 그의 아버지처럼 부시 2세도 전쟁으로 번 점수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예비고사에서 기대이상의 높은 성적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본고사가 이제 막 시작했으니 객관적인 중간평가 역시 1년 쯤 뒤에나 나올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