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송(靑松)-뉴욕한국일보 창간 35주년에 -
청송(靑松)
김윤태(시인)
泰山에 발부치고 크는 靑松은
잔돌은 비켜가며
뿌리에 바위를 껴안는다
三旬九食 등에 지고 고향을 떠난
굴걸피도 남루했던 선조들의 백년전
힘 겨운 정재노릇 자꾸 씹어보면서
이으리라 이으리라
희망을 쟁기로 손에 들고
찾아온 대륙
날소댕이 명찰을 가슴에 달고
황금색 금빛을 얼굴마다 휘날리며
이 거리 저 거리를 오고 갔을 때
얼굴을 때리던 매운 비바람
오늘 우리가
일기를 들쳐서 신문에 기록하는 사건들은
어제 있었던 절망이 아니다
눈동자에 핏발섰던
슬픔과 비애는 더욱 아니다
한 세대 두 세대
잎새마다 나붓기며 물 긷는 동안
줄기가 굵어지고 心筋이 여물어
만민의 군중속에 큰발로 섞여 선
사철나무 靑松의 민족습성이다
우리가 이겨가며 이땅에 사는 동안
아침신문 배달가는 뉴욕의 외길
이슬치에 아침이슬 차갑게 맺히더니
어느새 서른다섯 꽃잎의 꽃관을 쓰고
푸르고 푸른빛을 성긴채에 골라서
이집 저집 사회에
깃발로 세워주는 한국일보
민족의 신문
오랜 세월 우리가
이 길에서 많이 만난 것처럼
오랜 세월 우리가
이 길에서 많이 만나볼 사람
우리 가고 없어도
다음사람 이을 자리 청솔나무 의지밑에
화문석 꽃자리를 펴다 다 깔고
흐시리 청시리 맑은 내력을
깨끗한 활자로 내리내리 넓게 전하리
바위를 껴안고 내리내리 깊게 전하리
<주>
상순구식 : 석달에 아홉번 끼니를 먹는다는 가난의 대층
굴걸피 : 옷
정재 : 잡역부
날소댕이 : 견습원, 견습하는 무리
이슬치 : 겉바지
흐시리 : 된장
청시리 :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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