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공무원을 가장 혐오한 한국의 역대 집권자는 누구였을까. 아마 대원군일 것이다.
안동 김씨 일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을 때 훗날 대원군이 되는 흥선군이 파락호 생활을 하며 목숨을 부지해 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재야시절을 통해 부정부패를 현장에서 보아왔다. 그런 그이므로 부정부패의 근원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큰 폐단이 있으니 호서(湖西)의 사대부와 관서(關西)의 기생, 그리고 호남(湖南)의 이서(吏胥)다. 득세한 후 대원군이 한 유명한 말이다.
부정부패의 원흉을 열거한 것으로, 전라도의 아전들, 평안도 기생, 또 충청도 양반들이 바로 부정부패의 근원이었다는 이야기다.
힘없는 민초의 입장에서 관가의 수탈행위를 숱하게 겪어온 대원군이다. 이런 점에서 대원군처럼 탐관오리를 미워한 집권자가 없었다.
대원군의 통치는 그렇지만 부정부패의 연속이었다. 겉으로는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뒤로는 돈을 받아 챙긴 것.
당시 대원군의 사저 운현궁에는 8도에서 몰려든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 때 그 상황을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강진 군수 스토리다.
운현궁에 혼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강진 군수는 깨 한 섬을 올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운현궁을 찾았는데 문지기가 여간 냉대하는 게 아니었다. 들어오라는 기별조차 없었던 것.
얼마나 기다렸을까, 자신 보다 품계가 낮은 벼슬아치가 대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한 참 후에 나왔다. 잘 얻어먹고 거나하게 취한 표정이었다.
부아가 난 강진 군수가 뭘 얼마나 바쳤냐고 그에게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지난번 경사 때 배 한 척 가득 혼숫감을 올려 보냈습니다.
강진 군수 자리는 이 사람에게 넘어갔다는 후일담이다.
뭐랄까.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몰아낸다고 할까. 그 이어지는 물줄기란 게 그런데 온통 흙탕물이다.
연일 돈, 돈, 돈타령이다. 대쪽도 돈 앞에서는 별 수 없었다. 386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쏟아지는 돈벼락에 정신을 잃을 정도라고 했을까.
끊이지 않고 흐르는 탁류. 이미 백년이 넘었다. 그 물이 맑아질 날은 언제일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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