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네이더’ 하면 반드시 라고 할 정도로 따라 다니는 명칭이 있다. ‘소비자 운동가’다. 그의 주 활동기는 60, 70년대 ‘코퍼러트 아메리카’가 맹위를 떨칠 때다.
당시 기업의 파워는 가히 무소불위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기업의 횡포에 도전하고 나선 게 젊은 사회운동가 네이더로, 그의 소비자 보호운동은 이제는 하나의 ‘미국적 전설’이 됐다.
NGO, 시민단체 등은 요즘 한국서도 아주 친숙한 용어다. 아니, 일부에서는 오히려 시민단체 망국론이 나올 정도다. 네이더는 말하자면 그런 운동의 선구자격이다.
이런 네이더가 또 다시 대권에 도전하고 나섰다.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녹색당 후보로 나섰으나,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니, 또…” 네이더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 측에서 나온 반응이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번 대선에서 부시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니까.
지난 2000년 녹색당의 후보로 나선 네이더의 지지표는 2.7%였다. 특히 재개표 사태까지 벌어진 플로리다에서는 10만표를 얻었다.
그야말로 박빙의 선거에서 네이더는 민주당의 앨 고어 표를 잠식해 부시에게 백악관을 헌납하는 공을 세웠다는 게 결과를 놓고 본 민주당 측의 비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 게 아닐까. ‘아닐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워드 딘이 도중하차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이번 대선에서는 아웃사이더의 외침이 더 이상 안 먹힌다는 것이다. 네이더가 내세우는 아젠다가 바로 민주당 아웃사이더의 주장이다. 또 다른 논거는 학습 효과론이다. 2000년 대선에서 표가 갈려 패배한 경험을 했다. 민주당 유권자들은 이런 실수를 다시 범하지는 않는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한 한 신문의 코멘트가 재미있다. 네이더의 출마선언은 한 마디로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선거에 영향을 주어서가 아니다. 그가 이룩한 업적에 흠이 갈 것 같아 유감스럽다는 거다.
사회개혁이란 부문에서 그는 분명한 족적을 남겼다. 2000년 대선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 대권보다는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출마 선언은 그런 명분도 없다는 지적이다. 아니, 오히려 정치라는 곳에 잘못 발을 들임으로써 이미 이룩한 ‘아메리카의 전설’에 흙탕물만 끼치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게 그런데 랠프 네이더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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