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총영사관에서 3일 제 여권이 나왔습니다. 정권 교체가 실감납니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은 기분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에 정치망명을 신청했던 탈북여성 마영애 씨(43)는 한국 여권이 재발급 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마 씨의 한국여권이 무효화된 건 지난 2005년 6월경. 그의 여권을 둘러싼 복잡한 스토리는 탈북 후 한국을 거쳐 미국서 정치적 망명을 한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만큼이나 흥미롭다.
마 씨는 북한 예술단원으로 활동하다 탈북, 2000년 한국에 정착했으며 2004년 4월 교회 예술단과 함께 공연차 도미했다. 당시 그의 한국여권은 탈북자들에 주어지는 1년짜리 단수여권이었다. 마 씨의 여권이 문제가 된 건 이듬해. 그 즈음에 제도가 바뀌면서 탈북자들에도 복수여권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 총영사관에 5년짜리 복수여권을 신청했으나 바로 거부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 인권을 거론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제가 미국에서 북한과 김정일 정권의 인권 탄압을 폭로하고 간증하며 다니자 여권을 기각시킨 겁니다.”
일종의 정치적 보복이란 게 마 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의 ‘행적’에 대한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당국은 “마 씨가 여권위조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여권 갱신이 불허됐다”고 반박했다.
여권이 만료되자 결국 마 씨는 망명의 길로 들어섰다. “자칫 불법체류자가 될 수 있어 정치 망명을 신청했다”는 게 마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의 망명 신청을 바라보는 당국의 시각은 또 천양지차였다.
“마 씨는 정부의 탈북자 정착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1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아 놓고 미국 망명을 위해 탄압받았다고 거짓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미국에서 살려는 목적으로 도미해 한국 정부의 탄압을 명분으로 위장 망명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의 망명 신청은 2006년 받아들여졌다. 그 와중에 안 그래도 썰렁했던 한미 관계는 더 복잡해졌다. 여기다 북한에 있던 아들 효성 군이 엄마 찾아 미국으로 밀입국하다 체포되는 기구한 사연도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자 마 씨는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에 편지를 보냈다. 한국 여권을 다시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리고 지난 3일 LA 총영사관은 3년8개월 만에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분단의 상처와 한국 정치의 모순, 미묘한 한미관계가 얽혀있는 여권을 손에 쥔 마 씨는 “올바른 정권이 들어서 여권이 발급됐다”며 “앞으로는 한국에도 자주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 씨는 현재 탈북자 출신인 재혼 남편 최은철 씨와 LA에 정착, 식당을 운영 중이다. 또 모 신학교에 다니면서 미주탈북자선교회를 설립, 탈북자 돕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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