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의 정요셉씨는 얼마전 이삿짐을 한국으로 부쳤다. 1994년 도미한 후 18년 만에 다시 싸는 이삿짐이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20년 가까이 정든 곳을 떠난다니 섭섭하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하네요.” 60대에 접어든 정씨는 다행히 서울에 ‘잡’을 얻어 떠난다. 그가 평생 일궈온 골프 지도자로서의 길이다. 정씨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이민 온 1세대들이 다시 한국으로 역 이민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온 미국을 떠나 노후를 모국에서 보내겠다는 행렬이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2011 외교백서’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으로 영구 귀국한 역 이민자는 총 1,977명. 한인들의 역이민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6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매년 10% 가량 증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영주귀국 신고를 하지 않고 재외동포비자 등을 통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포들까지 합치면 실제 역이민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워싱턴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한인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정요셉 프로에 이어 신근교 전 수도권메릴랜드 한인회장도 곧 영구 귀국한다. 지난해에는 한근상 워싱턴 한인스키협회장이 서울로 갔으며 주정세 전 흥사단 회장, 고근필 전 페닌슐라 한인회장, 김영근 전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일찌감치 한국으로 유턴했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의 워싱턴 한인들이 수십년 동안 생활해온 미국을 떠나 모국행을 하고 있다.
역이민의 사유는 다양하다. 은퇴 후 이민생활을 접고 그리운 고향에서 편안히 노년을 보내려는 1세부터 이민생활에 부적응한 케이스나 취업 등을 위해 한국행을 결심하는 이들도 있다. 대다수는 자녀들이 결혼한 후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이나 소셜 연금으로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려는 경우다.
한국행을 준비 중인 한 70대 부부(버크 거주)는 “은퇴한 후 아이들이 결혼해 타지로 떠나고 나니 할 일도 없고 너무 외롭다”며 “한국에서 소셜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연말에 한번쯤 미국에 와서 자식들을 만나고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높아진 경제력이나 삶의 질, 생활의 편의 등도 한 몫하고 있다.
서울에 정착한 한근상 씨는 “지금은 한국이 공해도 줄고, 노인들에는 지하철 무료 등 교통 편의가 있는데다 저렴한 건강보험 등 다양한 복지혜택이 있어 오히려 미국보다 살기 좋다”며 “다만 오랜 미국생활에 젖어 한국민들과 의식이나 행동 등에 차이가 있어 때때로 불편함을 느낀다”고 소개했다.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깊어진 경기침체도 한국행을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부분 스몰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불경기의 한파를 견디다 못해 새로운 신천지로 한국을 택하는 경우다.
건축업 종사자인 저먼타운의 A씨는 “경기 부진으로 미국에선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며 “아무래도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한국이 났지 않나 싶어 심각히 역이민을 고려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역(逆)이주 붐은 현지 동화보다 모국에의 회귀 욕구가 큰 한인들의 특성상 한국생활에 필요한 여러 제도적 혜택 등 역이민할 여건만 제공된다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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