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1>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40대 한인 여성 김 모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당한 후 두고두고 영 기분이 찝찝하다. 2주 전 평소 안면이 있던 한 70대 남성이 이메일로 ‘추석 선물’이라고 보내온 첨부파일을 열어 클릭하니 여자기 옷을 벗는 외설적인 사진이 들어있었기 때문. 민망하고 기분이 나빠 얼굴이 화끈 거렸지만 드러내 따지지도 못하고 ‘온라인 성희롱’을 당했다는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2> 애난데일에 소재한 한인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30대의 박 모씨 역시 최근 한 회식 자리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 1차 식사가 끝난 후 2차 노래방으로 갔을 때 술에 취한 남자 직장 상사가 블루스를 추자며 강제로 끌어안고 엉덩이를 툭툭 쳤다. 화가 나 그 자리에서 따졌지만 직장상사는 “친근감의 표현인데 오버해서 분위기 깬다”며 오히려 핀잔만 주었다.
#3>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40대의 이 모씨는 최근 다니던 산부인과 의사가 은퇴하며 의사를 바꿨다 불쾌한 일을 당했다.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은 이 씨는 60이 넘은 남자 산부인과 의사의 도가 넘는 진료행위가 ‘성추행’으로 느껴졌지만 입증할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한인 여성들 중 이런 상황을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직접 대면한 상황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성희롱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남성들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농담’ ‘친근감 표시의 별 뜻 없는 제스처’ 정도로 생각하는 언어나 행동들도 경우에 따라 여성들에겐 견디기 힘든 수치심과 불쾌한 모욕감을 줄 수 있다. 또 주위에서는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우려하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성희롱 가해자란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사실은 술 문화와 신체 접촉에 관대(?)한 한인사회에서 ‘성희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의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적인 모임이나 직장에서의 성희롱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인데 많은 한인들이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
워싱턴 가정상담소 이규성 박사는 “성적인 농담이나 여성의 신체 등을 지칭하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국식 남성문화가 문제인데 이성 간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모든 종류의 행위가 성희롱이 될 수 있다”며 “상대방 동의 없이 엉덩이 등 몸을 만지는 부적절한 신체접촉, 외설적인 영상물 등도 성추행(성희롱 포함)에 해당 된다”고 말했다.
폴스 처치에 오피스를 두고 있는 임지현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듣는 여성이 불편하게 느끼는 성적인 농담, 외모에 대한 짖궂은 코멘트만으로도 법에 저촉될 수 있다. 특히 직장내 상사가 그러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피해를 당할 경우 원치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후,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증거(이메일, 편지, 또는 목격증인)를 모아 법적인 절차를 밟을 것”을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한인 사회에서 성희롱에 대한 시각을 좀 더 엄격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내 아내와 내 딸에게 용납될 수 있는 남성의 농담과 제스처’를 기준으로 삼으면 답이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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