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프로그램 선보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제2의 조성진’으로 주목

최근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17세의 임윤찬. [목프로덕션 제공]
커튼콜을 받으며 건반 앞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는 앙코르 곡 악보를 악기 위에 살포시 얹었다. 관객 모두가 숨죽인 채 궁금증이 절정에 달한 순간. 도 샾(#) 건반 하나가 나직이 울렸다.
연주자는 피아노 건반 맨 왼쪽 두 번째 낮은 도(C)#을 누르고선 아무 것도 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간 네박자 온쉼표가 무대를 채웠다. 연주자는 일어나 고개를 숙인 뒤 퇴장했다. 그렇게 연주가 끝났다.
오직 단 한 번의 타건이 전부인, 황당한 이 곡의 정체는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의 ‘세 개의 바가텔(짧은 피아노곡)’이라는 작품이다. 음악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눌러야 할 건반 위치만 안다면 누구나 연주 가능할 정도다. 사실 악보를 볼 것도 없는 곡이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더하우스콘서트’의 2021년 신년음악회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고른 앙코르였다. 이 곡을 치기 전, 프로그램 마지막 곡은 스크리아빈의 피아노 소타나 2번(작품번호 19)이었다. 폭풍 같은 2악장(프레스토)이 지난뒤 찾아온 앙코르곡의 적막감은 극적 대조를 이뤘다.
새해 벽두부터 수수께끼 같은 곡을 들고 온 연주자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첫 음이 울린 뒤 명상의 시간 동안 임윤찬은 건반 앞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가 관객에게 던져졌지만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누군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아주 길게 이어져 오는 음악계의 쉼표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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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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