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고 예쁜 아기 민구는 태어났을 때 다른 아기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른 아기들보다 영리했고 말을 빨리 시작해 부모를 흐뭇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두살이 되면서부터 점점 말을 하지 않더니 필요한게 있으면 사람을 잡아끄는 것으로 의사를 표시했다. 은근히 걱정이 되어 의사에게 이야기하니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세니 걱정말라고 했다.
그런데 두살반이 넘어도 좋아지는 기미가 없고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었다. 언어치료사에게 보였더니 아동 뇌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겠다하여 그 방면에서 널리 알려진 의사를 찾아 예약하고 기다린 시간이 6개월. 그렇게 만난 의사가 민구를 본 시간은 5분 정도였다. 그러나 의사는 민구가 엄마 지갑에서 꺼낸 크레딧카드로 줄(line up)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대번에 자폐아로 진단했다.
강씨부부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당신이 5분 보고 어떻게 알아"하는 분노마저 일었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민구는 자폐아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말을 전혀 안하고, 눈을 안 맞추고, 손뼉치며 뛰어다니고, 물건만 있으면 줄을 세우고,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를 한없이 돌리고... 그제서야 ‘내아이는 자폐아’란 사실을 받아들인 강씨부부는 좋은 치료법을 찾아 백방으로 뛰었다. 의사를 찾고, 특수 프로그램에 집어넣고, 언어치료사, 심리학자를 대느라 돈도 엄청나게 썼다.
그러나 지금 민구는 돈 한푼 안 내면서 좋은 치료를 받고 있다. 아침에 특수학교에 다녀오면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튜터 2명이 번갈아 집으로 와서 가르치고, 정기적인 언어치료와 운동치료, 월1회 심리학자와의 상담치료 비용 전부를 교육구와 학교,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강씨부부는 결코 쉽지 않은 투쟁을 벌였다. 연방법에 명시된 특수교육 부모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이기남 변호사와 함께 교육구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수없이 싸우고 요구한 것이다. 강씨부부가 ‘아시아 자폐 소사이어티’를 설립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무상으로 교육받고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데 한인 부모들은 그저 ‘막막하다’며 주저앉아 아이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것이다.
지금 여섯살인 민구는 많이 좋아져 머잖아 1주일에 한두시간씩 일반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 말로 의사표시도 하고 컴퓨터는 또래들보다 훨씬 잘하며, 전에는 밀쳐내던 세살짜리 동생 정구와도 조금씩 함께 놀면서 닫혔던 세계로부터 한발씩 걸어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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