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포커스
▶ 발음도 어렵고 뜻도 이상 주류진출 장애
은행이름을 두고 한인은행들이 고민이 많다.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의 ‘한국식 이름’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가 하면, 뉴욕 등 타주 진출이 이어지면서 은행 앞에 붙은 ‘캘리포니아’란 말이 마케팅에 결정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스닥 상장 한인은행만 4개소에 이르게 되면서 비한인 고객도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절실하게 됐지만 바꿀 이름도 마땅찮은 데다 개명 비용도 만만찮아 이래 저래 고민이다.
구 가주외환은행(California Korea Bank)은 2000년 5월 나스닥상장을 계기로 퍼시픽유니온 뱅크(Pacific Union Bank)로 이름을 바꾸면서 ‘캘리포니아’와 ‘코리아’란 이름을 모두 떼냈다. 개명과정에서 300개가 넘는 이름이 공모를 통해 들어 왔지만 적당한 은행명은 이미 등록돼 퍼시픽 유니온뱅크로 낙착됐다. 문제는 약자인 PUB. 은행이름이 ‘선술집’의 의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구 미주은행(United Citizens National Bank)은 지난 94년 1월 나라로 이름을 바꾸면서 로고를 만들고, 광고작업을 하는데 30만달러가 들었다. 규모가 더 커진 한인은행들은 개명과 동시에 간판과 은행 비품등 온갖 것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미주은행 당시 정도로는 어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나스닥상장을 계기로 영문이름을 California Center Bank에서 Center Bank로 바꾸기로 했으나 이렇게 바꿔놓고 보니 “어째 이상하다”는 촌평이 없지 않다.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덴버, 피닉스등 타주에서도 대출사무소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적 제한을 없애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지우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새한은행(Saehan)은 미국인 투자가나 고객이 발음하기 힘들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 김주학 행장은 "나스닥 상장등 계기가 있을 때 개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Hanmi)나 가주조흥(California Chohung)도 새한과 거의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한국식 은행이름들. 한미는 82년 개장당시 한때 Los Angeles Korea의 준말인 LOSKOR로 은행명칭 등록을 고려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자산 1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주류사회 투자가나 비한인 큰 손 고객을 유치해야 할 입장이나 한국식 조어인 은행명은 결코 유리한 마케팅 도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윌셔 스테이트 뱅크는 반대로 은행명이 지나치게 한국식 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한인고객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은행명을 ‘윌셔’로 바꾼 케이스다.
지난해 12월 부에나팍에 문을 연 신설 유니티 뱅크(Uniti)의 임봉기 행장은 "당시 한국식 이름으로 ‘통일은행’을 겸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지금은 ‘유니티’라는 이름이 한인은 물론 주류사회에서도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6월 문을 열 예정인 미래은행(Mirae Bank)도 ‘하나’‘하나 퍼시픽’등 여러 이름을 놓고 고심하다가 미래로 최종 결정했지만 이 이름을 미국인 고객이 쉽게 발음하고, 외우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한인은행 중 10번째로 문을 열기 위해 준비작업중인 장정찬 전 한미은행 부행장도 "웬만한 이름은 이미 등록돼 있어 은행설립 준비작업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작명"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한인은행은 미국인 입장에서는 생소한 이름 때문에 주류은행이나 영어로 부르기 쉬운 한인은행등에 큰 대출을 빼앗기는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흥률 기자>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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