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굉음이 울렸을 때 리처드 피치오토와 동료 소방관들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35층에 있었다.
화제의 신간 ‘마지막으로 내려온 사람’(Last Man Down. 리처드 피치오토, 대니얼 페이즈너 공저. 버클리 출판사. 243쪽. 24달러95센트)에서 피치오토는 이 굉음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 소리는 1,000량의 기차와 같았다. 돌진하는 1,000마리의 맹수. 납득하기 힘든 1,000건의 테러, 그리고 또 하나의 1,000…’
피치오토는 그 굉음이 쌍둥이 건물인 세계무역센터의 남쪽 타워가 붕괴되는 소리였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소방대장 피치오토는 소방관들의 긴급 대피를 명령했다. 29분 후 6층과 7층 사이의 계단에 도달했을 때 또 다시 굉음이 시작됐다.
"첫 번째 것은 우레와 같이 큰 소리였지만 두 번째 것은 고막을 찢는 것 같았다. 뼛속까지 스미는, 오금이 저리는 공포의 소리였다. 몸 속의 모든 관절이 전율했다. 두 번째 울린 엄청난 폭발음은 무시무시한 바람까지 일으켰다"
피치오토의 묘사는 한 생존자의 놀라운 기록이다. ‘마지막으로…’가 세계무역센터의 9.11 테러를 매듭짓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작품 전체를 통해 흐르는 문학적 틀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체의 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피치오토가 있던 북쪽 타워가 무너진 후 그와 한 명의 민간인을 포함한 14명의 소방관들은 네 시간 이상을 폐허더미 속에 갇혀 있었다.
그는 당시의 상황과 폐허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나온 과정들을 상세하게 적고 있다.
현재 서점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책은 끔찍하면서도 감동적이다.
피치오토가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피해야 했다. 화염에 휩싸인 초고층 빌딩 속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불길을 피해 까마득한 지상을 향해 몸을 던졌다. 죽음의 점프를 한 사람들의 숫자가 수십 명에 달했다.
나중에 피치오토와 소방관들은 부상을 당해 거동을 할 수 없게 된 사무실직원들과 이들을 돕기 위해 대피하지 않고 곁에 있던 동료직원 수십 명을 구출했다.
’마지막으로…’는 은퇴한 소방대원 데니스 스미스가 같은 소재로 쓴 ‘그라운드 제로의 리포트’보다 내용이 상세하다. 세계무역센터 테러의 희생과 감동을 다룬 이들 두 책은 현장에서 구조작업 중 숨진 소방대원 343명의 명단을 수록하고 있다.
소방국 경력 28년의 베테런인 피치오토는 이 책을 통해 시 당국에 몇 가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피치오토는 소방예산 삭감, 장비 부족을 지적하면서 "행정 당국은 예산을 아꼈지만 나는 인명을 아꼈다"고 쓰고 있다.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서로에게 항상 "빅원 때 보자"고 말한다.
’빅원’은 큰 화재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불이 아무리 커도 우리는 극복할 것이고 이보다 더 큰 다음 화재도 우리는 이겨낼 것’이라는 각오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11일은 ‘빅원’의 의미를 영원히 바꾸었다. 소방관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빅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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