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인이 있었다. 그는 우연히 진주 한 알을 얻게 됐다. 그 가치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아주 훌륭한 보물이었다.
그 사람은 그 진주를 몹시 아껴 혹시 다른 사람이 훔쳐갈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무리 잘 숨겨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신의 배를 갈랐다. 그 진주를 그의 뱃속에 감춘 것이다. 잘 숨겼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깝게도 자신의 목숨을 포기해야 했다.
자치통감(資治通鑒)에 실려 있는 고사다. 당태종 이세민이 신하들과 한담을 하다가 불쑥 던진 이야기라고 한다.
부복장주(部腹藏珠·자기 배를 갈라 보석을 숨기다)란 고사성어(古事成語)가 나온 배경으로, 뇌물을 몹시 탐하다가 목숨을 잃는 관리들을 비유해 말한 것이다.
당태종은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겠는가’ 하고 물었다. 대부분 신하들이 황제의 뜻을 알 수 없어 우물거리고 있을 때 위징이라는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노(魯)의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있어 마누라를 두고 이사를 갔다는 겁니다. 공자는 이런 일은 별 희귀한 이야기가 아니라며 더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기의 목숨마저 잊고 지낸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말한 건망증이 더 심한 인물들이란 향락만 일삼다가 패망한 폭군들로, 하(夏)나라의 걸왕과 상(商)나라의 주왕을 빗댄 것이다.
당태종 시절이니까, 천년도 훨씬 지났다. 그 시절의 우화가 그런데 여전히 리얼리티를 지닌 채 다가오고 있다.
왜. 이름하여 ‘재신임 정국’이라 했던가. 현 한국의 정국과 관련해 뭔가를 말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진주를 뱃속에 감춘 어리석은 상인 이야기는 그렇지만 그만두자. 그 비유가 너무 뻔하고, 또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니까. 문제는 심한 건망증이다.
노무현 대통령 특근 비리에 대한 특검법이 통과됐다. 왜 이지경이 됐나. 심한 건망증의 결과 같다. 자신의 역할, 더 나아가 존재 이유도 잊어버린 한국 정치. 그 좌표의 극명한 반영이 이런 형태로 나타난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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