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원망? 다 내탓”
한인가정이 가정폭력으로 멍들고 있다. 배우자폭행 혐의로 체포돼 혹독한 죄 값을 치르고 나서야 뼈저리게 후회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평화롭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파탄나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아내와 이혼하고 아이까지 뺏긴 40대 한인남성의 체험담을 통해 조명한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그놈의 술이 원수죠. 그래도 아내를 원망하진 않습니다”
지난 13일 저녁 6시께. 타운 한인가정상담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모(47)씨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하루아침에 하숙집으로 내몰린 탓인지 어깨에는 힘이 없었고, 목소리도 떨렸다. 김씨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년 동안 각방생활 하며 밥도 따로 먹었죠. 서로 욕하는 건 예사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고. 훌훌 털어버리고 새출발 하렵니다”
현재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는 그는 이민오기 전까지 장래가 촉망되는 대기업 사원이었다. 31세 때 서울시내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통해 만난 8세 연하의 여성과 2달만에 결혼에 골인, 주위 총각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결혼 후 하루가 멀다하고 직장동료등과 밤 늦게까지 술판을 벌이며 가정은 등한히 했다. 번돈을 술값으로 탕진하다 보니 저축은 엄두도 못냈고 가정불화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대드는 아내에게 손찌검도 했음은 물론이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싸늘하게 식어갈 무렵 김씨는 아내와 12세난 아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심경을 밝히는 김씨의 눈엔 순간 이슬이 맺혔다. “가부장적 사고 때문에 아내 말은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는 그는 “나는 공사장 인부로, 아내는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월 순수입이 5,000달러는 됐지만 이민와서도 술은 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남편의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자 아내의 바가지는 이어졌고 김씨의 폭언과 폭행도 계속됐다. “한국서 샌 바가지가 미국에서 안 새겠냐”는 아내의 가시돋친 말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두 달전 어느 날 밤. 또 다시 싸움판이 벌어진 김씨 부부 앞에 이웃 아파트주민의 신고로 경찰관이 들이쳤다. 김씨는 이날 밤 난생처음 감옥구경을 했다.
가정폭력 경범으로 재판을 받은 김씨는 판사로부터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기관에서 1년간 교육받을 것을 명령받고 가정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가정폭력이 원인이 돼 김씨 부부는 끝내 갈라섰고 이 연말을 쓸쓸히 맞고 있다. 그는 “다 끝났지만 진심으로 내가 잘되길 바라는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뒤늦게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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